Postpartum load, pelvic girdle recovery와 ‘산후풍’의 임상적 해석
작성자: 동탄어울림한의원 민중원 원장
“출산하고 나서 몸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손목이 아프고,
무릎이 시큰하고,
허리와 골반이 불편하고,
바람만 닿아도 뼈마디가 시린 것 같다고 한다.
한의학 임상에서는 이런 증상군을 흔히 ‘산후풍’ 또는 산후신통이라는 틀로 다뤄왔다.
그런데 산후풍을 현대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면 쉽게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임신 중 relaxin이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고,
그 호르몬이 산후 6개월까지 남아 관절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내가 예전에도 사용했던 설명이다.
지금은 그렇게 설명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이유부터 보자.
1. Relaxin은 산후 6개월 동안 높은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다
Relaxin은 임신 중 중요한 호르몬이다.
결합조직 remodeling과 자궁·자궁경부 변화 등 임신과 분만 과정에 여러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혈중 농도는 출산 후 빠르게 떨어진다.
1986년 Lancet 연구에서는 relaxin 농도가 출산 후 3일경 거의 비임신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후 보다 현대적인 assay를 사용한 연구에서도 출산 후 첫 주에 급격히 감소하고 2주경 비임신 수준에 도달했다. PubMed
따라서
“산후 3~6개월까지 relaxin이 계속 인대를 느슨하게 만든다.”
는 설명을 일반적인 사실로 사용하기 어렵다.
2. 더 중요한 것은 relaxin 농도와 통증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Relaxin이 connective tissue remodeling에 관여한다고 해서
relaxin이 높다 → 관절이 느슨하다 → 통증이 생긴다
는 인과관계가 인간에서 그대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Pregnancy-related pelvic girdle pain과 relaxin 농도의 관계를 본 systematic review에서는 6개 연구 중 다수의 고품질 연구에서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전체 근거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PubMed
즉 relaxin은 산후 근골격계를 이해할 때 흥미로운 생리학적 배경이지만
환자의 통증을 설명하는 단일 원인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
3. 그렇다면 산후에는 왜 여러 곳이 동시에 아플까
여러 변화가 한 시기에 겹친다.
임신 중 신체질량과 자세가 크게 바뀌었다.
복벽과 골반저는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었다.
임신 중 발생했던 허리·골반통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 출산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아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 올린다.
안고 걷는다.
수유하면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
바닥에서 아기를 들고,
카시트를 들고,
한쪽 팔로 아이를 안는다.
2025년 실제 산모가 자신의 아기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분석한 생체역학 연구에서도 바닥이나 카시트에서 아기를 드는 작업은 몸통과 고관절, 하지에 상당한 기계적 요구를 만들었다. PubMed
산후의 몸은 쉬고 있는 몸이 아니다.
회복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고빈도 육체노동을 시작한 몸에 가깝다.
4. 그래서 ‘산후풍’은 하나의 병변보다 symptom cluster에 가깝다
산후풍이라는 말에는
다발성 관절통,
근육통,
저림,
시림,
냉감,
피로,
허약감
같은 여러 증상이 함께 들어간다.
현대의학에서 하나의 병태생리로 정의된 단일 질환은 아니다.
2023년 puerperal wind syndrome에 대한 한약 systematic review에서도 산후풍은 검사나 영상에서 하나의 명확한 병변으로 정의되는 질환이라기보다, 출산·유산 이후 통증과 감각증상 등이 나타나는 임상적 syndrome으로 기술됐다. PubMed
따라서 실제 진료에서는
산후풍인가 아닌가?
보다
이 환자가 ‘산후풍’이라고 표현하는 증상 안에 어떤 개별 질환이 섞여 있는가?
를 먼저 보는 편이 유용하다.
5. 손목통증은 손목의 문제로 다시 분리한다
산후 환자에서 특히 흔하게 만나는 것이 엄지 쪽 손목통증이다.
대표적으로 de Quervain tenosynovitis가 있다.
국내 건강보험 자료에서는 2013~2017년 임신 관련 인구 약 160만 명 가운데 약 3만4천 명이 pregnancy-related de Quervain으로 확인돼 누적발생률이 약 2.1%였다. PubMed Central (PMC)
이 경우에는
“산후라 관절이 약해졌다.”
보다
APL·EPB tendon이 지나가는 first dorsal compartment가 현재 증상과 맞는지 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치료 근거도 산후풍이 아니라 de Quervain의 근거를 따라야 한다.
2023년 network meta-analysis에서는 corticosteroid injection에 thumb-spica immobilization을 짧게 병행하는 전략이 가장 근거가 좋은 비수술적 치료 중 하나였다. 자마 네트워크
한의치료를 선택하더라도 이 표준 근거의 위치는 알고 있어야 한다.
6. 골반통 역시 ‘골반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로 끝내지 않는다
Pregnancy-related pelvic girdle pain은 실제로 존재하는 임상문제다.
통증은 posterior iliac crest와 gluteal fold 사이, sacroiliac joint 주변이나 symphysis pubis 부위에 나타날 수 있다.
산후에도 일부 환자에서 지속된다.
다만 이것을
골반이 틀어져 있다.
출산으로 벌어진 뼈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라고 해부학적으로 단순화하면 곤란하다.
2022년 postpartum PGP clinical practice guideline 역시 증상의 위치, 기능제한, provocation test, 관련된 요인과 장애 정도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접근을 사용한다. APTA
7. 대부분 회복되지만 모든 산후 골반통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Pregnancy-related PGP는 많은 환자에서 출산 후 호전된다.
하지만 일부는 수개월 이상 남는다.
2023년 systematic review에서는 임신 중 높은 통증강도와 장애, 여러 provocation test 양성, 과거 허리·골반통 병력 등이 지속성 PGP의 비교적 중요한 예측인자로 정리됐다. PubMed Central (PMC)
따라서
“산후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 낫는다.”
도 맞지 않고,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퇴행성관절염으로 간다.”
도 맞지 않는다.
개별 위험도와 현재 기능을 봐야 한다.
8. 산후 6개월을 ‘골반교정 골든타임’이라고 부를 근거는 부족하다
예전 설명에서는
relaxin이 남아 관절이 유연한 3~6개월 안에 골반을 제자리로 교정해야 한다.
고 했다.
이 논리는 두 단계를 모두 입증해야 한다.
첫째, relaxin이 그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높은가.
그렇지 않다.
둘째, 관절이 유연한 시기에 수기적으로 골반을 재정렬하면 그 위치가 정상화되고 장기 결과가 좋아지는가.
이 역시 확립된 근거가 없다.
그래서 현재는 산후 재활을
‘뼈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기’가 아니라 기능을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시기
라고 설명한다.
9. 추나요법도 정렬보다 기능으로 설명한다
산후 환자에게
요추,
흉추,
천장관절 주변,
둔부,
고관절
의 움직임 제한과 근육 긴장이 함께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수기치료를 이용해 통증을 줄이고 움직임을 회복하는 임상적 접근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후 좋아졌다고 해서
골반이 다시 맞았다.
제1천골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같은 구조적 기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추나 후 확인하는 것은
돌아눕기가 편한가,
침대에서 일어나기 쉬운가,
한 발로 설 때 덜 아픈가,
아기를 들고 걸을 수 있는 시간이 늘었는가
같은 기능이다.
10. 산후 운동은 생각보다 근거가 분명한 영역이다
산후 통증이 있다고 계속 보호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2025년 systematic review와 meta-analysis에는 37개 연구, 3,769명이 포함됐다.
Exercise-only intervention은 no-exercise와 비교했을 때 lumbopelvic pain과 관련 disability를 줄였고, 일부 분석의 근거확실도는 moderate였다. PubMed
따라서 산후 재활의 중심 중 하나는
통증을 피해서 몸을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다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시 움직이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
이다.
11. 수면과 회복을 근골격계와 따로 떼어 볼 수도 없다
산후에는 수면이 끊긴다.
수유와 돌봄 때문에 충분한 recovery time을 확보하기 어렵다.
2025년 postpartum sleep systematic review는 수면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여러 산후 건강 outcome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PubMed
물론
잠을 못 자서 관절염이 생겼다.
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증역치, 피로, 운동수용성, 회복감에 수면이 영향을 주는 것은 임상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12. 기혈양허는 빈혈이나 ‘면역력 저하’의 옛 이름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출산 뒤
피로,
어지럼,
식욕저하,
발한,
창백,
통증,
회복지연
등을 기혈양허라는 pattern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기혈양허 = 빈혈
또는
기혈양허 = 면역력 저하
라고 현대의학적으로 1:1 번역하는 것이다.
기혈양허는 한의학적 처방 선택을 위한 clinical pattern이다.
CBC나 immune marker와 같은 하나의 생물학적 변수와 동일하지 않다.
13. ‘어혈’과 오로 역시 구분해야 한다
산후에 어혈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오로가 덜 빠졌다 → 자궁 안에 잔여물이 남았다 → 미세순환이 막혀 전신관절통이 생겼다.
는 현대의학적 인과관계로 연결하지 않는다.
어혈은 한의학적 pattern이고,
retained products of conception이나 postpartum endometritis는 별도의 산부인과적 상태다.
오로가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악취가 나고,
발열과 하복부 통증이 동반된다면
“어혈을 풀어야 한다”는 단계 이전에 산부인과적 평가가 필요하다.
14. 풍한습 역시 현대 병리기전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산후풍 환자들이
“에어컨 바람만 닿아도 뼈가 시립니다.”
“찬물을 만지면 손목이 더 아파요.”
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험은 실제 증상으로 존중한다.
하지만
찬 기운이 관절 깊숙이 침투해 병리물질로 남았다.
를 현대 생리학적으로 입증된 기전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풍한습은 이런 증상양상을 분류해온 전통의학적 언어다.
15. 산후보약의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2023년 산후풍·산후통에 대한 herbal medicine systematic review에는 9개 RCT, 총 652명이 포함됐다.
통증, 기능, 삶의 질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됐다. PubMed
하지만 포함된 9개 연구가 모두 중국에서 시행됐고, 처방과 대조군이 서로 다르며 연구의 risk of bias 문제도 존재한다. PubMed
따라서
산후보약이 산후풍에 효과가 입증됐다.
라고 하나의 결론으로 묶기는 어렵다.
반대로 임상연구가 전혀 없는 치료라고 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현재는
긍정적인 signal은 있으나 근거의 일반화와 확실성에는 제한이 있는 상태
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16. 산후 한약의 안전성도 ‘천연이니까 안전하다’가 답은 아니다
특히 수유 중이라면 처방 선택에서
산모의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
수유 여부,
용량과 복용기간,
이상반응
을 같이 봐야 한다.
2026년 발표된 SAFEHERE-PC 전향적 관찰연구는 한국의 산후 한약 사용에 대한 실제 안전성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만 최종 분석 대상이 186명이고 한 기관에서 사용된 처방에 대한 자료이므로, 연구진 스스로도 다른 처방과 다른 의료환경으로 일반화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명시했다. PubMed Central (PMC)
현재 전국 여러 한의원을 포함한 더 큰 registry 연구도 진행 중이다. PubMed Central (PMC)
즉 안전성 자료는 쌓이고 있지만 아직 끝난 질문은 아니다.
17. 나는 산후보약을 ‘조혈제·면역증강제·인대재생제’로 설명하지 않는다
산후 한약을 쓰는 이유가
“혈액을 새로 만든다.”
“면역력을 높인다.”
“늘어난 인대를 다시 조인다.”
이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식욕,
소화,
수면,
발한,
어지럼,
피로,
대변,
수유,
통증의 분포
를 함께 보고 한의학적 pattern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환자가 전신적으로 회복할 여유가 부족한 상태인지,
아니면 특정한 근골격계 병변의 치료가 더 시급한지를 나눈다.
18. 약침과 도침도 ‘산후풍 치료 세트’가 아니다
산후 드퀘르벵처럼 국소 질환이 분명한 환자가 있다.
반대로 여기저기 아프지만 뚜렷한 국소 제한은 적은 환자도 있다.
두 환자에게 같은 치료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산후 환자에서는 특히 치료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중요하게 본다.
침으로 시작해도 충분한 환자가 있고,
국소 구조를 정확히 확인해야 해 초음파 유도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가 있으며,
오래 남은 기계적 제한이 뚜렷할 때 도침을 선택하는 환자가 있다.
하지만
도침으로 늘어난 인대를 다시 붙인다.
약침이 손상조직을 재생한다.
같은 기전을 확립된 사실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19. 치료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과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산후 환자는 다른 변수가 많다.
수유 때문에 오래 누워 있기도 어렵고,
아기를 돌봐야 해 치료 후 통증이 하루만 심해져도 생활이 무너질 수 있고,
내원 횟수 자체가 제한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산후 환자에게 치료 강도를 정할 때
통증의 세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치료를 환자가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를 같이 본다.
강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항상 강하게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20. 반대로 ‘산후니까 원래 그런 것’이라고 기다리기만 할 필요도 없다
산후 통증의 상당수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기능장애가 크고,
몇 달이 지나도 같은 생활동작에서 계속 증상이 반복되거나,
특정 부위의 제한이 뚜렷하다면 다시 평가하는 편이 낫다.
특히
진행하는 근력저하,
뚜렷한 감각소실,
한쪽 다리의 급격한 부종과 통증,
발열과 심한 골반통,
대소변 신경학적 변화
가 있다면 ‘산후풍’이라는 설명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21. 결국 내가 산후통을 보는 순서
예전에는
출산 → relaxin → 전신 인대이완 → 산후풍
이라는 하나의 줄기가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본다.
먼저 어디가 아픈가를 나눈다.
손목이면 건초와 힘줄을 본다.
허리·골반이면 PGP와 lumbar source를 나눈다.
저림이면 신경경로를 본다.
그다음 왜 지금 더 아픈가를 본다.
아기 안기,
수유자세,
수면,
회복,
운동량,
기존 통증의 지속 여부를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환자 전체의 회복상태를 어떤 한의학적 pattern으로 볼 것인가
를 더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결론
산후에는 실제로 여러 부위가 동시에 아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릴랙신이 6개월 동안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어 생긴 산후풍”
이라고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Relaxin은 출산 후 빠르게 감소하고,
그 농도와 pelvic girdle pain 사이의 관계도 확정적이지 않다.
산후 통증에서는
임신·출산에서 남은 변화,
현재의 육아부하,
수면과 회복상태,
부위별 근골격계 질환
을 나눠 보는 것이 먼저다.
한의학의 기혈양허·어혈·풍한습은
그 뒤에 환자의 증상군과 전신상태를 정리하는 별도의 임상적 언어로 사용할 수 있다.
추나 역시 골반을 제자리로 넣는 치료라기보다 움직임과 긴장을 회복하는 수기치료로,
한약은 인대 재생이나 면역 증강이라는 단일 기전보다 환자의 전신 회복 pattern에 따라,
침·약침·도침은 산후라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 남아 있는 병변과 환자의 자극 수용성을 보고 선택한다.
내가 지금 산후통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산후풍’이라는 큰 이름을 먼저 붙이기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개별 문제를 하나씩 다시 나누어 보는 것.
그렇게 해야 치료도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지 않고,
반대로 실제 치료가 필요한 병변을 놓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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