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에서 ‘대사량을 올리는 한약’이라는 설명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Adaptive thermogenesis, leptin, ephedrine과 체중 재증가를 다시 보기
작성자: 동탄어울림한의원 민중원 원장
비만치료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걱정 중 하나는 이것이다.
“식단을 그렇게 세게 해야 하나요?”
또 하나는 이렇다.
“전에 거의 안 먹어서 뺐는데 다시 다 쪘습니다.”
나는 실제 진료에서 처음부터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는 식단을 강제하는 편은 아니다.
평소 먹던 일반식을 유지하면서
양과 구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 접근 자체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에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용했던
기아모드
렙틴저항성 정상화
갈색지방 활성화
대사량 증가
set-point 재설정
이라는 말들은 지금 다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1. 체중감량에서 변하지 않는 첫 원칙은 에너지 적자다
어떤 식사법을 선택하더라도
지속적인 체중감량에는 결국 negative energy balance가 필요하다.
저탄수화물 식사도,
저지방 식사도,
간헐적 단식도,
평범한 한식의 양을 줄이는 방법도
에너지 섭취를 실제 필요량보다 낮추면서 지속할 수 있을 때 체중감량으로 이어진다.
대한비만학회 역시 특정 macronutrient ratio 하나를 정답으로 두기보다
환자에게 적합하고 영양적으로 충분한 식사를 통해 에너지 적자를 만들도록 권고한다.
따라서
“일반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은 “칼로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2. Very-low-calorie diet도 무조건 잘못된 치료는 아니다
과거에는 극단적 절식을 거의 실패하는 다이어트의 상징처럼 설명했다.
이 역시 너무 단순했다.
Very-low-energy diet는
적절히 선택된 환자에게 전문가 감독 아래 시행하면
단기간 상당한 체중감량을 만들 수 있는 의학적 도구다.
문제는 이를 스스로 장기간 시행하거나,
영양구성이 부적절한 상태로 반복하거나,
감량 이후의 유지전략 없이 ‘참는 기간’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즉
VLCD는 나쁘다.
보다
제한적인 적응증과 전문적 관리가 필요한 치료다.
가 더 정확하다.
3. ‘굶으면 기초대사량이 망가진다’는 표현도 다시 봐야 한다
체중이 줄면 resting energy expenditure는 감소한다.
그 이유 중 큰 부분은 단순하다.
몸의 질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환자에서는
감량된 체성분만으로 예상되는 수준보다 에너지 소비가 더 감소하는
adaptive thermogenesis가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 자체는 존재한다.
하지만 2022 systematic review에서는
연구방법이 좋은 연구일수록 adaptive thermogenesis가 작거나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체중이 안정된 뒤에는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따라서
“적게 먹으면 몸이 기아모드에 들어가 아무리 안 먹어도 살이 안 빠진다.”
는 설명은 지나치다.
4. 대사적 적응보다 더 큰 문제는 식욕의 반격일 수 있다
체중을 줄이고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에너지 소비 감소만이 아니다.
체중 감소 뒤에는
배고픔이 증가하고,
포만신호가 변화하고,
음식에 대한 reward response가 달라지는 등
섭취 쪽의 보상반응도 발생한다.
최근 obesity guideline이 비만을 chronic relapsing disease로 다루고
장기 약물치료까지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중감량은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의지’
와
‘기초대사량’
두 변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5. Leptin resistance는 실제 개념이지만 ‘습담’과 같은 말은 아니다
비만한 사람에서는 지방량 증가와 함께 leptin 농도가 높은 경우가 많고,
그럼에도 충분한 appetite suppression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leptin resistance라는 틀로 연구해왔다.
하지만
습담(濕痰) = leptin resistance
라고 대응시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습담은 한의학에서
몸이 무겁고,
붓고,
식후 더부룩하고,
점액성 증상이 많거나,
체형과 대사상태 등을 묶어 해석해온 임상적 pattern이다.
Leptin resistance는 현대 생리학의 특정 신호전달 문제다.
둘을 완전히 같은 개념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6. ‘거습담 한약이 leptin sensitivity를 회복시킨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물과 세포 수준에서
여러 한약재와 처방이 leptin, adiponectin, AMPK, insulin signaling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기전이
한약을 먹은 비만 환자에서 leptin sensitivity를 정상화시켜 체중이 빠졌다.
는 인간 임상효과로 그대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2025년 발표된 dampness-eliminating Chinese herbal medicine meta-analysis에서는
122개 RCT를 분석해 비만과 일부 대사지표에 긍정적인 signal을 보고했다.
하지만 연구 간 이질성이 크고,
개별 처방 수준의 근거확실도는 낮았다.
특히 obesity에서 확실히 우월한 특정 formula를 찾지는 못했다. PubMed
따라서 나는 거습담을
처방을 구성하는 전통적 임상 프레임으로 사용하지
leptin resistance 치료의 동의어로 사용하지 않는다.
7. 식욕이 줄었다는 임상효과와 leptin이 정상화됐다는 기전은 다르다
비만 한약을 복용하면서
“배가 덜 고파요.”
“예전처럼 야식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환자는 있다.
이 변화는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이 반응 하나로
leptin sensitivity가 좋아졌는지,
reward pathway가 변했는지,
sympathomimetic effect 때문인지,
위장관 증상이나 다른 약리효과 때문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Treatment effect와 mechanism proof를 분리해야 한다.
8. 마황의 체중감량 기전도 ‘β3 갈색지방’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렵다
마황의 주요 alkaloid 중 하나인 ephedrine은 sympathomimetic compound다.
Norepinephrine release를 증가시키고 adrenergic receptor signaling에 영향을 주면서
식욕과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하지만
ephedrine → β3 receptor → BAT → UCP1 → 체지방 연소
를 비만 환자의 주된 임상기전으로 확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9. 인간 BAT 연구는 오히려 이 단순한 설명에 제동을 건다
2013년 randomized crossover study에서는
급성 ephedrine 투여 후 lean men에서는 BAT glucose uptake가 증가했다.
그러나 obese men에서는 유의한 BAT activation이 나타나지 않았다. PubMed
더 흥미로운 것은 2015년 연구다.
28일 동안 ephedrine을 투여했을 때
만성적인 BAT activation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BAT activity가 감소했다. PubMed
따라서 사람의 비만치료에서
마황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돼 지방을 태운다
를 핵심 설명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10. 그렇다고 ephedrine 계열의 체중효과가 전혀 없다는 뜻도 아니다
과거 임상시험에서 ephedrine/caffeine 조합이
placebo보다 체중감량을 증가시킨 결과는 존재한다.
Sympathetic stimulation에 따른 appetite suppression과 energy expenditure 증가 등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비만약처럼
대규모 장기 cardiovascular outcome을 포함해 효과와 안전성이 확립된 치료와
동일한 근거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ephedrine은 stimulant이기 때문에
효과와 adverse effect를 함께 봐야 한다.
11. ‘운동 한 것과 같은 효과’라는 표현은 버리는 편이 맞다
Ephedrine 계열 성분을 복용하면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몸이 더워지거나,
각성감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고 설명하면 안 된다.
운동은
cardiorespiratory fitness,
skeletal muscle,
insulin sensitivity,
bone,
functional capacity
등 여러 변화를 만든다.
심박수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sympathomimetic drug effect와 exercise를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
12. NEAT 역시 약으로 ‘극대화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NEAT는 운동 외 활동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다.
걷기,
집안일,
서서 일하기,
자세 변화
등이 포함된다.
어떤 약이 각성감을 높인다고 해서
환자가 실제 하루 동안 더 움직이고 NEAT가 의미 있게 증가한다는 것은 별도로 측정해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마황이 NEAT를 높여 평소 생활만 해도 지방이 더 탄다.
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 걸음수와 활동량을 측정하는 편이 낫다.
13. 한약 비만치료의 임상근거는 어느 정도인가
Chinese herbal medicine을 비만에 사용한 RCT와 meta-analysis는 적지 않다.
2021 systematic review에는 39개 RCT가 포함됐고
일부 분석에서 생활치료에 한약을 병행했을 때
체중과 BMI 감소가 더 컸다.
하지만 상당수 연구에서 selection, performance, detection bias 위험이 높거나 불분명했다. PubMed
2024 network meta-analysis 역시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했지만
연구 대부분이 중국 성인을 대상으로 했고,
장기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ubMed
따라서 현재 위치는
효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 signal은 있으나,
‘한방 다이어트’ 전체를 하나의 검증된 약물치료로 묶기에는 부족하다
정도가 맞다.
14. 안전성 평가에서 HRV와 EEG를 앞세우지 않는다
예전에는 HRV를 이용해
교감신경이 이미 높으므로 마황을 적게 쓴다.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HRV는 생리 상태를 보는 보조자료가 될 수 있지만
ephedrine 계열 성분에 대한 cardiovascular safety를 판정하는 검사는 아니다.
EEG 역시 obesity medication의 stimulant tolerance를 예측하는 검사가 아니다.
처방 전 더 직접적으로 봐야 할 것은
혈압,
안정시 맥박,
심혈관질환 및 부정맥 병력,
불면,
불안·공황 증상,
복용 중인 약과 stimulant,
카페인 섭취,
임신·수유 여부
등이다.
필요한 환자에서는 ECG와 추가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15. 간기능검사가 정상이라고 약이 안전하다는 뜻도 아니다
간기능과 신장기능을 확인하는 것은
환자의 baseline과 기저질환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ephedrine-related adverse effect에서 중요한 것은
간수치만이 아니다.
두근거림,
불면,
불안,
떨림,
혈압과 심박 변화
같은 증상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
따라서 안전성은
처방 전 검사 한 번
이 아니라
적절한 환자선택 + 용량 + 이상반응 추적
의 과정이다.
16. 체성분검사도 ‘대사율 측정기’는 아니다
BIA 기반 체성분검사는
fat mass와 lean mass의 변화 추세를 살피는 데 편리하다.
하지만 수분상태,
최근 식사,
운동,
측정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기초대사량도 직접 calorimetry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체성분 등을 기반으로 추정한 값이다.
따라서 숫자 몇 kcal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한약으로 대사량이 올라갔다.
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17. Set-point는 유용한 모델이지만 실제 체중을 고정한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체중감량 후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생리적 압력이 존재한다.
식욕 증가,
호르몬 변화,
에너지 소비 감소,
reward signaling의 변화 등이 weight regain에 기여한다. PubMed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set-point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몸 안에
“당신의 체중은 82.3 kg”
이라고 저장된 하나의 thermostat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환경과 식습관, 활동, 약물, 수면까지 함께 영향을 미치는
dynamic regulatory system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18. 약을 천천히 줄이면 새로운 set-point가 고정될까
현재 근거로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최근 비만약 연구에서는
효과적인 약물을 중단하면 상당한 weight regain이 흔하게 나타난다.
2025 Korean guideline과 Canadian guideline 모두
비만 약물치료를 일시적인 감량 도구가 아니라
적응증이 있고 효과가 지속되는 경우 장기치료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PubMed Central (PMC)
따라서
몇 주 tapering하면 뇌가 새 체중을 set-point로 인식한다.
는 기전을 일반화할 근거는 없다.
19. 그렇다면 감량 후 출구 전략은 필요 없는가
오히려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목적이 ‘set-point reset’은 아니다.
감량 중 줄었던 식사량을 어떻게 유지할지,
단백질과 전체 영양상태가 충분한지,
걷기와 근력운동을 어떻게 늘릴지,
식욕이 다시 올라오는지,
체중의 어느 정도 변화를 허용할지,
필요하다면 pharmacotherapy를 계속할지
를 미리 정하는 과정이다.
즉 출구 전략은
약을 끊기 위한 과정
보다
감량을 장기적인 체중관리로 전환하는 과정
이다.
20. 지금 비만치료는 ‘한약이냐 의지냐’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비만치료 환경은 크게 변했다.
Lifestyle intervention은 여전히 기본이다.
하지만 적응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semaglutide, tirzepatide 등을 포함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비만치료제도 중요한 선택지다. PubMed Central (PMC)
Bariatric/metabolic surgery가 더 적합한 환자도 있다.
한약 역시 환자의 선호와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다.
중요한 것은 특정 치료를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권하는 것이 아니라
BMI,
복부비만,
당뇨,
고혈압,
지방간,
수면무호흡,
관절질환,
식욕 pattern,
기존 약물,
환자의 목표와 선호
를 함께 보는 것이다.
21. 내가 실제로 비만 한약을 사용할 때 보는 것
나는 먼저
식사시간이 규칙적인가,
배가 고파서 먹는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먹는가,
야식과 간식이 어느 시간에 몰리는가,
술이 체중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수면이 충분한가,
활동량은 얼마나 되는가,
동반질환이 있는가
를 본다.
그리고 처방을 사용한다면
식욕이 실제로 줄어드는가,
불편감 없이 필요한 식사를 할 수 있는가,
두근거림이나 불면이 생기지 않는가,
체중뿐 아니라 허리둘레와 대사건강이 어떻게 변하는가
를 다시 본다.
결론
극단적인 식단을 하지 않아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일반식을 먹는다 = 에너지 적자가 없어도 된다
는 뜻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식사량 조절과 활동은 여전히 비만치료의 기본이다.
체중감량 뒤 adaptive thermogenesis와 appetite compensation도 실제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굶으면 대사가 망가진다’
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한약 역시 마찬가지다.
거습담을 leptin resistance와 동일시하거나,
마황이 갈색지방을 켜 대사량을 크게 올리고,
복용만으로 운동과 같은 효과를 만들며,
테이퍼링하면 새로운 set-point가 고정된다고 설명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내가 지금 비만 한약을 바라보는 위치는 조금 다르다.
환자가 현실적인 식사를 유지하면서 식욕과 섭취량을 조절하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체중관리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치료수단.
그리고 sympathomimetic 성분을 사용한다면
그 효과만큼이나
심박,
혈압,
수면,
불안,
약물 상호작용과 이상반응
을 함께 본다.
비만은 단기간 체중을 빼는 기술보다
감량 후에도 건강한 체중과 대사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더 중요한 만성질환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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